왜 보딩스쿨인가
8. 기숙사는 평생의 우애를 가꾸는 공간
알렉스 정 (윌셔 아카데미 원장)
보딩스쿨은 하나의 커뮤니티, 즉 생활 공동체로서 거의 모든 것을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보딩스쿨이 기본적으로 대학 입학을 준비하는 교육 기관이라 할지라도, 교직원과 학생이 큰 의미의 가족이라고 볼 수 있다.
집에서 학교를 다니는 학생들과 달리 보딩스쿨 학생들에게 기숙사가 바로 집이다. 3, 4년 동안 함께 기거하며 형제처럼 생활한다. 기숙사는 잠만 자는 공간이 아니다. 기숙사야 말로 가장 편안하고 빈번히 친구들과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곳이다. 컴먼 룸에 모여 하루의 일과를 놓고 수다를 떨기도 하고, 걱정거리를 의논하기도 한다. 틈틈이 탁구도 즐기고, 팝콘을 먹으며 함께 티비도 시청하기도 한다. 식사 시간이 되면 같은 기숙사 학생들끼리 그룹을 이루어 다닌다. 기숙사 대항 경기를 치르기도 하고, 파티를 열기도 한다. 수많은 보딩스쿨 졸업생은 기숙사에서 형성된 인간 관계를 가장 소중한 추억의 하나라고 증언하고 있다.
기숙사는 성별로 건물이 구별되어있고, 저학년과 고학년 별로 구별되기도 한다. 미들섹스와 디어필드 처럼 9학년부터 싱글 룸을 사용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일부 학교 학생들은 저학년 때 더블, 고학년 때 싱글 룸을 배정받지만, 대체로 보딩스쿨 학생들은 룸메이트를 둔 더블 룸을 사용한다. 싱글 룸의 이점은 자신의 공간을 가지고 자신의 일정에 맞추어 공간을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자고 싶을 때 자고, 일어나고 싶을 때 일어난다. 그러나, 싱글 룸에는 책상과 의자 그리고 옷장 하나 정도의 가구가 비치될 정도의 작은 공간이 주어지므로, 조금은 답답한 감이 없지 않다. 가족들과 지내다 싱글 룸을 사용하므로써 느끼는 외로움이 크게 느껴진다면 더블 룸을 신청할 수도 있다.
더블 룸의 이점은 커다란 방에서 마음에 드는 친구와 재미있게 기숙사 생활을 즐길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특히, 서로 공간을 공유하는 만큼, 룸메이트에 대해 배려할 줄 알게 되는 마음도 자라게 된다. 또한 서로 숙제를 도와주기도 한다. 반면, 내가 원하는 시간대로 일정을 맞추기가 쉽지 않다는 단점이 있다. 서로 협조하지 않는다면, 잠자는 시간을 조절하기 어렵다거나, 공부하는 데 약간의 방해를 받을 수도 있다는 단점도 있다.
기숙사 방이나 동 배정에는 학교마다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대체로 다음과 같은 정책에 의해 운영된다. 신입생은 입학하기 전 ‘선호하는 룸메이트타입’을 적어학교에 제출하면, 학교에서 적절한 학생을 룸메이트로 정해주지만, 기숙사는 임의로 결정한다. 9학년을 마치기전 학생들은 같이 지내고 싶은 학생 이름과 기숙사 동의 이름을 3내지 5배수로 적어 제출하면, 학교에서 이에 따라 방을 배치한다. 신입생부터 싱글룸을 사용하는 학생도, 같은 기숙사를 이용하고 싶은 학생 이름을 적어 바라는 기숙사 이름을 차례로 적어 제출한다. 2년차부터는 본인이 함께 하고 싶은 친구들과 기숙사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배려되어 있다.
기숙사 층마다 컴먼 룸이라는 일종의 거실이 있어서, 학생들이 쉬는 주중에는 주로 숙제 시간에 마련된 간식 시간에 모여 한다.기숙사 생활에서 가장 커다란 이점은 교사들과 함께 거주한다는 점이다. 개인 신상에 관한 것뿐만 아니라, 학교 행정이나 사람들에 관해 궁금한 점이 있으면, 얼마든지 자유롭게 질문할 수 있다. 기숙사 사감 선생들은 자신이 당번으로 있는 날 저녁 시간에 방문을 열어 놓고 학생들이 편하게 들락거릴 수 있도록 배려한다. 사감 선생들은 일주에 한 번, 어느 분은 거의 매일 저녁 9시 반에서 10시 반 사이에 주어지는 휴식 시간에 학생들에게 간식을 제공한다. 이들은 기숙사 각 층 양 옆이나, 또는 한 쪽에 마련된 공간에서 가족들과 거주하며 학생들에게 부모처럼 또는 삼촌처럼 학생들의 애로 사항을 들어준다. 거주하는 사감과 함께 보조 교사들이 교대로 당번을 서며 컴먼 룸에서 저녁 시간 내내 도움을 필요로 하는 학생들을 돌보아준다.
기숙사에는 층마다 사감 선생말고도 사감보가 배치되어 있다.12학년 학생 가운데선발된 이들은 큰 형처럼 후배들을 도와준다. 기숙사에 살다보면, 애로 사항이나 질문거리가 간혹 생기게 마련이다. 룸메이트와의 사이에서 일어날 수 있는 고민거리라든지, 다음 학년에 듣고 싶은 과목의 교사나 학점 배분 등에 관해서라든지, 불편하지 않게 사적인 것도 물어 볼 사람이 있다는 게 좋다. 특히 신입생에게는 사감보야 말로 학교 생활에 익숙해지는 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존재이다.
보딩스쿨을 염두에 둔 일부 학부모들은 어린 자녀를 멀리 보딩스쿨에 보내고 나면, 가족과 멀어진다거나 나쁜 일에 연루될가 두려워한다. 실제, 몇몇 학생들이 술을 마시다가 처벌을 받거나, 이성과 깊은 관계에 빠져 흔들리는 경우도 없지 않다. 그러나, 문제가 발생하는 빈도수는 집에서 학교를 다니는 학생들에 비해 매우 드문 편이다.
수 백년 동안 어린 학생들을 수용하여 운영하고 있는 보딩스쿨은 철저한 통제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 매일 저녁 7시 30분 또는 45분 무렵이면 저학년들은 모두 기숙사에 들어가야 하고, 그룹 활동에서 책임을 맡고 있는 고학년이라 해도 9시 30 전후 정해진 시간에는 반드시 기숙사에 있어야 한다. 11시에는 방에 전등을 끄고 잠을 자게 되어 있으며, 추가로 숙제를 해야 한다면 허락을 받아야만 한다. 인터넷도 11시에 끊어지고 아침 6시가 되어야 연결된다. 인터넷을 이용해서 숙제해야 할 경우, 11시 이전에 마치거나 아침에 일찍 일어나 다시 사용하면 된다.
<보딩스쿨 학생의 전형적인 주중 시간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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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0-8:00 am |
일어나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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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00 am |
수업 시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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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 pm |
수업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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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5-5:15 pm |
스포츠, 연극 연습 또는 커뮤니티 서비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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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0-6:00 pm |
저녁 식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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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0-7:30 pm |
클럽 활동, 악기 연주 또는 공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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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0-11:00 pm |
공부 및 휴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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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0pm-12:00 am |
수면 |
보딩스쿨 학생들은 거의 매주 토요일마다 운동 시합에 참가하거나 응원하러 간다. 기본적으로 절반 정도는 원정 경기를 치르게 되는데, 때로는 편도 세 시간 거리에 있는 상대 학교에 시합하러 간다. 장시간 버스 속에서 동료들과 우애를 쌓을 수도 있고, 피곤한 몸을 잠시 쉴 수도 있다. 일요일에는 주로 숙제를 하며 클럽의 모임에 참가하기도 한다. 기숙사 방에서 숙제하는 학생도 있지만, 많은 학생들이 도서관이나 카페 주위에 마련된 공간에 가 함께 수업을 준비한다. 보딩스쿨 학생들은 경쟁 관계에 있으면서도, 서로 양보하고 협조하며 아낄 줄 알게 된다. 학교에 있는 동안 24시간을 함께 지내기 때문에, 가족이나 형제 같은 느낌을 가지게 된다. 보딩스쿨을 흔히 커뮤니티라고 부르는 이유가 바로 이런 데서도 비롯된다.
(미주교육신문, June 2009)